헛되고 헛되니 땅을 짚고 일어섰으나 바람이 먼저 길을 걷는다.태양은 매일 오르내리지만 나는 언제나 그 자리였다.사랑도 했고 미워도 했지만기억은 물처럼 흘러온 길을 잃었다.높이 쌓은 탑은 언젠가 기울고종이에 적은 말은 흩어지며소리치던 꿈은 잠잠해져손에 쥐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삶이란 가벼운 숨결 같아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안개와 같고기억은 가끔 짧은 음악처럼 울어그때 나는 한 소절쯤 울었던 듯하다.한때는 모든 것이 중요했으나그것이 나를 구해주지는 못했고웃고 울던 나날들이 순간마다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허무는 공허가 아니라 진실의 그림자이고덧없음은 절망이 아니라 생의 본질이다.사람은 한순간을 살기 위해오늘도 이렇게 숨을 쉬는 것이다.2025,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