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비의 어깨를 타고 풀잎이 숨을 쉴 때한 줌 푸르름이 묵은 흙은 뒤집는다.태양은 무명의 잎맥에 이마를 대고엷은 바람은 모성의 입술로 이름을 짓는다. 잎마다 잊힌 약속을 가지 끝에 매단 채고요한 겹겹의 생을 뒤척인다.심장은 지하수처럼 불현듯 맑아 그늘조차 향기를 뿜는 계절이다. 꽃은 피며 이내 저물어웃음 뒤편에 슬픔이 가득하고시간은 환한 것부터 먼저 거두니찬란은 멈춤의 다른 이름이다. 초록은 속절없이 텅 빈 충만기억은 이파리보다 얇은 흔적이다.나는 발끝까지 물들어 사라지며질문처럼 나이테에 초여름을 새긴다.2025,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