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
- 앙상한 나뭇가지에
- 차가운 빛깔로 몸을 숨긴 보름달이
- 새벽기도 올리러 가는 나를
- 부지런히 따라온다.
- 며칠 전만 해도 반쪽이었는데
- 잃어버린 조각을 어어붙이고
- 밤새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 부드러운 빛으로 내 등을 떠민다.
- 플라타너스 잎마저 모두 떨어져
- 을씨년스러운 새벽 골목길에
- 누이처럼 복스러운 얼굴로
- 환하게 웃어주니 힘이 솟는다.
- 캄캄한 세상에 홀로 빛이 되어
- 어둠을 밝히는 삶은 고달파도
-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로가 된다면
- 나도 달빛처럼 살고 싶다.
- 20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