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삶
- 길 없는 길을 걷는 일과
- 물 없는 내에서 물을 찾는 일은 고달프다.
- 폭설에 길이 지워진 것도 아니고
- 가뭄에 냇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 어쩌자고 나는 고집을 부리며
- 억지 열성으로 살았을까.
- 시간의 짐을 나 홀로 짊어지고
- 밤하늘의 별을 손에 잡으려 했을까.
- 칠흑의 밤은 아침을 열어주지 않았고
- 사막에는 결국 꽃이 피지 않았다.
- 무수한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속살까지 보여주던 꽃이 그립다.
- 석양은 산산히 부서지고
- 간신히 찾은 길에는 어둠이 내렸다.
- 이제는 더듬거릴 용기도 없고
- 희미했던 손끝의 지문도 사라졌다.
- 낡아 무너진 돌담길에는
- 깨진 사금파리만 발에 챈다.
- 그렇지만 나는 나에게 말한다.
- 섭험(涉險)의 길은 즐거웠다.
- 202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