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떤 삶

신사/박인걸 2023. 1. 16. 10:38
  • 어떤 삶
  •  
  • 길 없는 길을 걷는 일과
  • 물 없는 내에서 물을 찾는 일은 고달프다.
  • 폭설에 길이 지워진 것도 아니고
  • 가뭄에 냇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 어쩌자고 나는 고집을 부리며
  • 억지 열성으로 살았을까.
  • 시간의 짐을 나 홀로 짊어지고
  • 밤하늘의 별을 손에 잡으려 했을까.
  • 칠흑의 밤은 아침을 열어주지 않았고
  • 사막에는 결국 꽃이 피지 않았다.
  • 무수한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속살까지 보여주던 꽃이 그립다.
  • 석양은 산산히 부서지고
  • 간신히 찾은 길에는 어둠이 내렸다.
  • 이제는 더듬거릴 용기도 없고
  • 희미했던 손끝의 지문도 사라졌다.
  • 낡아 무너진 돌담길에는
  • 깨진 사금파리만 발에 챈다.
  • 그렇지만 나는 나에게 말한다.
  • 섭험(涉險)의 길은 즐거웠다.
  • 20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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