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우(秋雨)의 배신

신사/박인걸 2021. 11. 9. 21:35

추우(秋雨)의 배신

 

가을비가 쏟아진다.

곰삭은 은행나무잎이 폭싹무너졌다.

속살을 드러낸 나뭇가지들은

떠도는 바람을 휘젓고

도망치던 바람들은 전선(電線)에 걸려

원귀(冤鬼)들의 비명을 지른다.

아스팔트위로 뒹굴던 나뭇잎들은

빗물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차바퀴에 깔린 나뭇잎들은

비명도 못 지르고 산화(酸化)한다.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가을을

이토록 음산(陰散)하게 짓밟아야 하는가.

일시에 허물어트리는 폭력 앞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는다.

무너지는 가을을 바라보며

그때 배신당한 감정이 치솟는다.

체념이 삶에 일상화가 되었다해도

오늘 같은 날은 견디기 힘들다.

아무래도 구안와사가 올 것만 같다.

20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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