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자성(自省)

신사/박인걸 2021. 11. 6. 09:21

자성(自省)

 

내 가슴에 뚫린 한 길이

볼리비아의 융가스로드 같다며

자기 연민에 빠져온건 아닌지

어느 노숙자의 앞모습에서 깨닫는다.

창백하며 텁수룩한 얼굴과

깊게 드리워진 수심(愁心)에서

허공에 매달린 길을 걸으며

심하게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눈앞을 지나가는

형형의 발자국소리가 들리지만

체념에 굳어버린 전쟁포로처럼

한 가닥 희망까지 동굴에 밀어 넣었다.

그 옆에는 남루한 동류들이 눈빛을 잃고

남극의 펭귄들처럼 온기를 나눈다.

햇살도 길을 잃은 지하도에

늦가을 바람이 살갗을 파고들 때

수치심마저 접어버린 삶에서

절망의 한숨 소리를 듣는다.

오히려 호강하며 살아온 내 얼굴에

뜨거운 숯불이 피어 오른다.

20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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