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저녁 江가에서

신사/박인걸 2021. 11. 10. 15:13

저녁 江가에서

 

박인걸

 

저녁노을은 긴 강에 그림을 그리고

강물은 보드라운 화지(畫紙)가 된다.

붉은 그리움이 물결 위에서 춤을 추다가

아무 말 없이 노을은 강에서 진다.

어두움은 미루나무 숲을 먼저 찾고

엷은 바람은 도시를 찾아 떠났다.

고즈넉한 풍경에 기댄 가슴위로

큰 위로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뒤척이던 물결들도 양처럼순해지고

잎을 떨군 나무들은 아무 말이 없다.

산과 하늘에 선명한 선이 생기고

땅거미는 내 앞에서 세상을 몽땅 지웠다.

무정한 강물은 여전히 침묵하고

갈대들만 강가에서 작은 소리로 서걱댄다.

모든 시름을 강에 버린 나는

홀가분한 심정으로 강 언덕을 걷는다.

먼 하늘서 아롱대는 별빛을 따라

뒤는 잊고 새로운 꿈을 붙잡는다.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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