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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江가에서
박인걸
저녁노을은 긴 강에 그림을 그리고
강물은 보드라운 화지(畫紙)가 된다.
붉은 그리움이 물결 위에서 춤을 추다가
아무 말 없이 노을은 강에서 진다.
어두움은 미루나무 숲을 먼저 찾고
엷은 바람은 도시를 찾아 떠났다.
고즈넉한 풍경에 기댄 가슴위로
큰 위로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뒤척이던 물결들도 양처럼순해지고
잎을 떨군 나무들은 아무 말이 없다.
산과 하늘에 선명한 선이 생기고
땅거미는 내 앞에서 세상을 몽땅 지웠다.
무정한 강물은 여전히 침묵하고
갈대들만 강가에서 작은 소리로 서걱댄다.
모든 시름을 강에 버린 나는
홀가분한 심정으로 강 언덕을 걷는다.
먼 하늘서 아롱대는 별빛을 따라
뒤는 잊고 새로운 꿈을 붙잡는다.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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