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혹열(酷熱)

신사/박인걸 2021. 7. 27. 20:25

혹열(酷熱)

 

연일 멈추지 않는 불볕더위는

강변 자갈을 갓 구워낸 고드랫돌로 만들고

쏟아지는 햇살은 흐르는 강물도 끓게 하겠다.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열기에

비릿한 물 냄새로 숨이 막히고

모래밭 위를 걸어가는 뙤약볕에

신발을 신지 못한 새들은 멀리 도망쳤다.

내 인생의 한 여름에는 응달이 없었다.

깊은 가슴에 태양하나 묻어두고

오로지 뜨거운 열정 하나로 드넓은 광야를 질주했다.

불꽃같은 야망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불가능의 벽을 뚫고 사자 굴에도 들어갔다.

한 마리 붉은 곰이 되어

가파른 절벽을 밤낮없이 기어올랐고

남이 밟지 못한 땅에 나는 깃발을 꽂았다.

아직도 내 심장은 뜨겁게 고동치고

혈관에 흐르는 피는 식지 않았다.

다만 세월에 눌린 관절이 퇴행되어

시간을 따라가기 힘들 뿐이다.

2021.7.27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의 울음  (0) 2021.07.30
양수리에서  (0) 2021.07.28
바다  (0) 2021.07.24
미로(迷路)앞에서  (0) 2021.07.19
고향의 품  (0)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