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나의 노래

신사/박인걸 2021. 7. 1. 21:50

나의 노래

 

곡조 없는 노래를 매일 부르며

새벽 어두움을 음성으로 몰아냈다.

소년이 되기 이전부터

내 가슴에 지계 표 하나 심어놓고

지금껏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남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았다.

복수초 노란 꽃망울이

언 땅을 헤집고 고개를 내 밀던 날

그 강한 의지에 말을 잃었고

노란 민들레꽃이 물감처럼 번져가던 날

나는 꽃밭에 주저앉아

가사 없는 노래를 가슴으로 불렀다.

내 마음에서 피어나야 할 꽃잎이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 때

내가 부른 노래는 햇살에 실려

하늘 끝까지 퍼지고 있었다.

소낙비 쏟아지던 언덕에서

우산을 쓰지 않은 채로 당신을 기다렸고

샛노란 은행잎이 눈물처럼 쏟아질 때

눈시울을 붉히며 길게 소리쳤다.

흰 눈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던 날

나는 눈송이가 당신의 가슴 조각인걸 알았다.

지금껏 연주 없이 부른 내 노래를

당신은 하나도 잊지 않았음을 알았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노래를 부른다.

여전히 곡은 없고 가사도 없다.

그래도 내 노래를 알아듣는 당신을 믿는다.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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