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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곡조 없는 노래를 매일 부르며
새벽 어두움을 음성으로 몰아냈다.
소년이 되기 이전부터
내 가슴에 지계 표 하나 심어놓고
지금껏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남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았다.
복수초 노란 꽃망울이
언 땅을 헤집고 고개를 내 밀던 날
그 강한 의지에 말을 잃었고
노란 민들레꽃이 물감처럼 번져가던 날
나는 꽃밭에 주저앉아
가사 없는 노래를 가슴으로 불렀다.
내 마음에서 피어나야 할 꽃잎이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 때
내가 부른 노래는 햇살에 실려
하늘 끝까지 퍼지고 있었다.
소낙비 쏟아지던 언덕에서
우산을 쓰지 않은 채로 당신을 기다렸고
샛노란 은행잎이 눈물처럼 쏟아질 때
눈시울을 붉히며 길게 소리쳤다.
흰 눈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던 날
나는 눈송이가 당신의 가슴 조각인걸 알았다.
지금껏 연주 없이 부른 내 노래를
당신은 하나도 잊지 않았음을 알았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노래를 부른다.
여전히 곡은 없고 가사도 없다.
그래도 내 노래를 알아듣는 당신을 믿는다.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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