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 추론법
지금 내가 디딘 어귀여
유원(悠遠)히 떠내려 온 세월이여
부딪치고 깨어지며 달려온 가슴이여
흘린 눈물로 쌓아올린 강물이여
꿈은 구름 위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의지는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며 달렸어도
바람은 내 방향을 번번이 비틀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래로 미끄러졌다.
통발이 쳐져 있는 여울목을
가을 물고기처럼 힘없이 떠내려 오다
검은 소용돌이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
애석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이여
역(逆)으로 살아 온 애석한 목숨
속죄자의 공로도 회복 못할 실낙원
스러지지 않는 갈대숲에 갇혀
긴 한숨만 토해내는 바보인생이여
202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