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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그때는 아버지 마음을 읽지 못했다.
가끔씩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가
봉지담배를 신문지에 말아
싯누런 연기를 하늘로 내 뿜으며
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짓곤 하였다.
저녁노을이 황토벽에 잠시 앉아 쉴 때면
댓돌에 앉아 한숨을 쉬었고
떼 지어 날던 토종 새 떼들은
잠자리를 찾아 떠나 버렸고
빈 허공에는 아버지 눈빛만 출렁거렸다.
아버지보다 더 늙은 나는
빌딩 서창(西窓)에 걸린 노을빛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읽는다.
삶의 무게가 두 어깨를 짓누르지만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어서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마음의 비명을
저녁노을에 섞어 서산 너머로 던졌던 것이다.
오늘처럼 짐이 무거운 날에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아야 할 뿐이다.
20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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