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회상

신사/박인걸 2021. 7. 4. 07:10

회상

 

그때는 아버지 마음을 읽지 못했다.

가끔씩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가

봉지담배를 신문지에 말아

싯누런 연기를 하늘로 내 뿜으며

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짓곤 하였다.

저녁노을이 황토벽에 잠시 앉아 쉴 때면

댓돌에 앉아 한숨을 쉬었고

떼 지어 날던 토종 새 떼들은

잠자리를 찾아 떠나 버렸고

빈 허공에는 아버지 눈빛만 출렁거렸다.

아버지보다 더 늙은 나는

빌딩 서창(西窓)에 걸린 노을빛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읽는다.

삶의 무게가 두 어깨를 짓누르지만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어서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마음의 비명을

저녁노을에 섞어 서산 너머로 던졌던 것이다.

오늘처럼 짐이 무거운 날에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아야 할 뿐이다.

20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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