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치자나무 꽃

신사/박인걸 2021. 6. 24. 21:37

치자나무 꽃

 

너는 처음부터 농염하지 않았고

현란한 색채를 빚어내지도 않았지만

내가 한눈에 반해 일손을 놓고

네 곁을 그림자처럼 서성였다.

살짝 웃는 보조개가 내 마음을 끌었고

새하얀 덧니가 수줍은 치자 꽃을 닮았다.

이제는 아득한 기억이지만

샛노란 달맞이꽃 수줍게 피던 밤에

냇가에 마주 앉아 밤별을 헤아리던 너는

내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었고

가끔 운석이 앞산에 걸릴 때면

별 빛에 상기된 네 두 볼도 볼그레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은 으스스했지만

불빛 없이 바라보는 네 눈빛에는

고운 치자 꽃 그리움이 여러 개 고였었다.

가까이 하기엔 네가 두려웠고

돌아서기엔 못내 아쉬웠지만

나는 너를 내 가슴에만 담아놓고

그 후 네 곁을 멀리 떠나야 했다.

치자 꽃이 하얗게 피는 밤이면

아직도 내 마음은 그 냇가를 서성인다.

2021.6.24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의문  (0) 2021.06.29
역행 추론법  (0) 2021.06.27
도시에 내리는 비  (0) 2021.06.23
바람이 분다.  (0) 2021.06.22
들풀  (0) 202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