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들풀

신사/박인걸 2021. 6. 21. 02:16

들풀

 

한 해만 살고 스러지는 풀들은

무엇을 꿈꾸며 살기에 저토록 무성할까?

바람에 휘둘리며 엎어져도

억세게 일어서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찢기고 밟히고 눌리고 잘라내도

풀은 죽지 않고 살아난다.

벌레에게 갉아 먹히며

들짐승들에게 뜯어 먹혀도

풀은 여전히 세상을 푸르게 점령한다.

한 뼘도 안 되는 잡초와

나무처럼 자라 새들이 깃드는 들풀도

나름대로의 모양과 색깔로

짧은 생애를 존재감으로 산다.

어지럽게 피어나는 꽃잎과

홧홧한 저 들판의 풀냄새는

호흡하는 생명체들을 흥분시킨다.

형형색색의 씨방 속에

고이 숨겨놓은 복잡한 비밀은

여름 들판을 푸르게 만드는 파일이다.

여름풀은 쉽게 주저앉지 않고

억세게 일어서서 뒤엉킨다.

비탈의 잡목으로 어설프게 사느니

차라리 무성한 들풀로 살다 눕고 싶다.

202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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