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석

신사/박인걸 2015. 9. 26. 12:08

추석

그 해 추석엔
갈 곳이 없어서
네 살배기는
외가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동두천 기도원서
식음을 중단하고
배나무 옆에 엎드렸다.

섧고. 배고프고
외롭고. 막막해서
둥글게 뜬 달빛에
얼굴을 묻었다.

나사렛 청년의 길을
따라 나섰으나
턱없이 부족했던
햇병아리 선지생도

그 때 그 달이
빙그레 웃는다.
익은 배가 유혹해도
따먹지 않았다고.
20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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