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묘사 기분묘사 하늘이 맑아도 마음은 잔뜩 흐려 있고 오색단풍이 물들어도 하나도 곱지 않다. 노랫소리에 짜증이 나고 사람들이 웃어도 울화가 치밀고 절친(切親)도 반갑잖다. 누군가 던진 돌이 아픈 상처를 건드려 대상포진 같은 고통이 뼛속까지 자극한다. 거듭 진화된 감정도 모래 탑처럼 .. 나의 창작시 2016.10.24
낙엽 낙엽 기약된 이별의 순간을 잎 새들은 알고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몸을 던진다. 봄꽃을 피울 때와 가을 실과를 여물릴 때 동질감과 연대감으로 자유로운 속박이었다. 이제는 배역이 끝나 비켜주어야 할 순간 초탈한 마음으로 훌훌 웃을 벗는다. 황홍(黃紅)금빛으로 이별의 .. 나의 창작시 2016.10.22
기도 기도(祈禱) 찾아보세요. 부지런히 찾으세요. 그분은 숨어있지 않아요. 아주 가까이에 계시죠. 왜 포기하세요. 당신을 시험하는 거예요. 중도에 그만두는지 넌지시 떠보는 거예요. 오히려 다가와 이름을 부르잖아요. 깊이 숨으려들지 말고 문을 열고 뛰어나가요. 아직도 못 찾았어요? 나는 .. 나의 창작시 2016.10.21
은행나무 은행나무 한 해를 산다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 새순이 봄 서리를 맞을 때 며칠을 괴로워했다. 긴 가뭄에 목이 말라 하염없이 울었다. 그날 밤 쏟아진 빗줄기에 술에 취한 듯 노래를 불렀다. 한 여름 불볕더위에 뼈마디에 불이 타는 듯 했지만 붉은 진액을 쏟아 알알이 열매에 채웠다. 낮.. 나의 창작시 2016.10.21
인생길 인생 길 어디가 끝인지 모르나 상당히 오래 걸었다. 남들이 걸어가니까 나 또한 따라 걷는다. 천천히 시작한 걸음이 점점 가속이 붙더니 앞뒤를 살필 여유도 없이 생각해 보면 참 멀리 왔다. 이제는 너무 피곤해 주저앉아 쉬고 싶어도 앞지르는 이들이 많아 머뭇거릴 수 없다. 저 멀리 노.. 카테고리 없음 2016.10.19
인생은 인생은 어느 시점에 하나의 생명체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 만들어진 실체여 나의 존재 이전에도 세상은 존재했고 자아 소멸 후에도 우주는 존재 하리니 나 하나 있으나 마나 한 무의미한 존재인가 반드시 요구되어 보내진 목숨일까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그 교차점.. 나의 창작시 2016.10.18
분재(盆栽) 분재(盆栽) 거친 가위질에 잘린 가지가 가엾고 뿌리를 자르니 진한 눈물을 흘린다. 가지는 뻗는 꿈을 잎은 큰 열매를 뿌리는 거목을 상상하며 津液(진액)을 쏟았으나 인정 없는 칼날이 희망을 베어내고 가는 철사 줄이 抱負(포부)를 묶었다. 지조가 뒤틀리고 존재감은 사그라졌다. 영혼은 .. 나의 창작시 2016.10.12
생명의 신비 생명의 신비 갓 부화된 새와 티끌 같은 피라미가 신기하게 움직이는 형용 못할 생명아 출처도 근원도 묘연 코 진리나 지식도 규정 못할 그러나 호흡하는 신묘막측이여! 생성과 분화에서 성장과 확대를 거쳐 언젠가는 소멸되는 우연인가 창조인가 섭취 배설과 자극에 반응하며 안팎으로 .. 나의 창작시 2016.10.07
그림자 그림자 코스모스 길게 핀 신작로를 걸을 때면 포플린 치맛자락 사뿐히 오시던 당신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지내다 갈 때를 미리알고 아무 욕심도 아쉬움도 없이 홀연히 내려놓고 떠나신 당신의 여운이 길게 드리웁니다. 존재 이전의 당신 발자취까지 지레짐작이 가능한 녹음처럼 짙푸르.. 나의 창작시 2016.10.06
나뭇잎 나뭇잎 허공에 매달려 아래를 보면 어지럽지만 언제나 위를 보며 두려움을 잊는다. 작은 바람에도 매일 흔들리지만 억척같은 의지로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톱니를 세운 벌레들이 가슴을 갈아먹어도 정해진 자리를 지키는 병사 같아 대견하다. 가는 생명줄 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 나의 창작시 20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