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독백(獨白)

신사/박인걸 2020. 3. 1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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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獨白)

    

          시인/박인걸

 

참 멀리도 왔다.

타원체의 가장자리를 따라

흘러 흘러 돌아온 세월이었다.

물레노래를 부르다 베틀 노래를 부르다

때로는 삼 삼기 노래를 불렀다.

말 등에 앉아 채찍질 하며

그토록 뒤쫓아 온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 보람도 실속도 없는 허상을 찾아

두 손이 움켜쥔 것은 흑싸리 껍데기 뿐이다.

흐뭇함과 흡족은 일순간이었을 뿐

늘 심장과 허파를 채우지 못했고

해 아래서 수고하여 얻는 결실은

허물어질 돌담에 지나지 않는다.

해와 달과 별은 점점 빛을 잃고

거리에는 창들마다 검은 커튼이 쳐지고

정수리에 흰 비둘기 날아와 노래를 부른다.

! 벌써 오후 다섯 시가 지났다.

서산에 해가 걸렸으니 드러눕고 싶으나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으로

저녁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20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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