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숲 초여름 숲 여린 떡갈나무 잎이 미풍에 하늘거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 짙은 향을 쏟아내는 초여름 숲에 누우면 몸은 구름 위로 뜨고 마음은 무아(無我)의 원(原)인간으로 돌아간다. 신(神)은 인간을 숲에서 빚었으리. 보드란 흙에 풀잎 향을 섞었으리. 이곳에만 오면 누구나 순한 양이 되는 .. 나의 창작시 2016.05.21
어머니 어머니 당신과 나는 누가 맺어준 인연이기에 죽어서도 지지 않는 사랑의 꽃이여! 영혼 깊은 곳에 피어있는 사철 싱싱한 한 송이 꽃으로 하늘이 맑은 날이면 화사한 색깔로 가슴 구석구석을 물들이고 마음이 어두운 날이면 두 손 모아 깊은 기도를 올리고 슬픔을 못 이겨 눈물이 흐를 때면.. 나의 창작시 2016.05.07
길을 걸으며 길을 걸으며 누구나 걷고 싶어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가야하니까 걷는 것이다. 누구나 가고 깊어 가는 것만도 아니다. 억지로라도 가야할 때가 있어서 간다. 되돌아서고 싶은 길이지만 그러기에 너무 멀리 와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른 길이 없기에 가야만 한다. 때론 너무 .. 나의 창작시 2016.04.22
진달래 꽃 진달래 꽃 진달래 꽃 피는데 진달래 꽃 지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아직도 소식이 없나요. 양 떼 구름 떠가고 뭉게구름 왔다가 꽃구름도 가는데 당신은 왜 안 오시나요. 오늘은 오시려나 내일은 오시려나 눈시울 붉히면서 지금껏 기다렸건만 목련 꽃 떨어지고 벚꽃 흩어지며 진달래마저 지.. 나의 창작시 2016.04.16
날 사랑 하느냐 희뿌연 안개로 아침 호수는 희미한데 주인 잃은 베드로가 철썩거리며 그물을 던진다. 삼년이나 손을 놔 서 고기잡이는 어설프고 주인 잃은 얼굴에 시름이 가득하다. 빈 배, 빈 그물 텅 빈 마음 허무한데 멀리서 손짓하는 나그네는 주님 아니던가. 화끈거리는 양 볼 차마 고개를 못 들 때 .. 나의 창작시 2016.04.08
주님의 부활 주님의 부활 지존자의 사랑에는 죽음의 권세도 두 손을 들고 수의를 묶은 끈도 명주실처럼 끊겼다네. 육중한 바위문도 공깃돌처럼 굴러가니 이틀 밤을 지낸 주님이 셋째 날 새벽 걸어 나오셨네. 선악과로 온 저주는 그날 새벽에 영원히 풀리고 원죄의 덫에 걸린 자들이 사냥꾼의 올무에.. 나의 창작시 2016.03.26
나의 당신 나의 당신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나던 밝은 햇살이 유리창을 넘어 처음 딛는 예배당 바닥에서 활짝 웃고 있었지요. 여물지 않은 화음이지만 시냇물같이 맑은 음성의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찬양이 정감 있게 다가왔어요. 기억나지 않는 손길에 이끌려 십자가 앞에 고개를 숙일 때 숲 보다 .. 나의 창작시 2016.02.21
영혼을 위한 기도 영혼을 위한 기도 내 사는 동안에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영혼이 요단강을 건너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는 날까지 기도가 호흡이 되게 하사 겨울을 지나는 목련나무 끝에 솜털 뽀송한 꽃망울을 품어 새하얀 꽃송이 탐스럽게 피워내듯 나의 영혼도 피어나게 하소서 겨울바람 세차게 부는 가.. 나의 창작시 2016.02.20
광야 길 광야 길 낮에는 불볕이 밤에는 寒冷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고단한 광야 길에서 모래 바람에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중심을 잡지 못했다. 가진 것들이 바닥나도 마련할 길 없어 아득하고 막연함에 연거푸 한숨만 내 뱉는다. 얼마나 많은 낙타가 등에 짐을 실은.. 나의 창작시 2016.02.13
눈물같은 비 눈물같은 비 뽀얀 피부에 검은 눈을 가진 그녀가 암 진단을 받고도 맑게 웃고 있다. 믿음이 커서일까 심각성을 몰라서일까 어린애 같은 표정에 눈물이 핑 돈다. 터널 입구에서 저 끝을 걸어가려면 얼마나 긴 세월과 싸워야 할까 사막 위를 걷는 늙은 낙타처럼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을 넘어.. 나의 창작시 201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