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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기다리는 마음 목도리를 두껍게 둘렀어도 바람은 여전히 차갑고 입춘을 지나 우수가 눈앞인데 새벽 냉기는 매몰스럽다. 힐끗 쳐다본 목련 꽃망울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졌고 황사 바람 자욱한 도시에는 무표정한 얼굴만 왕래한다. 회양목 여린 새움은 기지개를 켤까. 귀룽나무 새싹은 돋고 있을까. 산지 그늘의 복수초 꽃이 수줍게 얼음장을 치미는지. 날개짓 서툰 노랑나비와 겨울잠 덜 깬 다람쥐가 생강나무 사이를 비켜갈 때 겨울을 밀어낸 봄에 감탄했었다. 장딴지 근육이 연하던 소년이 연골이 낡아 재생주사를 맞아도 대동강 얼음이 녹아내리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 여전하다. 2023.2.9

나의 창작시 2023.02.09

저녁 그즈음

저녁 그즈음 도시의 노을이 아파트 담벼락을 기어올라 긴 여운을 남기며 하늘로 흩어진다. 도시 빌딩과 하늘 사이에 직각 모형은 점점 선명해지고 하나 둘 간판에 불이 들어 올때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매일의 삶은 고달프지만 누구나 불평하지 않고 받아드린다. 해와 달이 갈길을 가듯이 존재하는 것들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온종일 밟고 다닌 거리에는 무수한 사연이 쓰레기와 함께 뒹굴지만 어머니 치마폭 같은 어둠이 내려와 들춰내지 않고 쓸어 덮는다. 오늘도 지친 내 영혼은 비망록에 하루의 생각을 새겨넣지만 내게 할당 된 운명의 시간은 저녁노을과 함께 멀리 사라졌다. 노을이 질 그 즈음에는 어떤 상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2023.2.7

나의 창작시 2023.02.08

입춘

입춘 절기의 순서가 있기 전에도 태초부터 봄은 일어섰다. 까치가 나뭇가지 옛둥지를 찾아오고 고로쇠나무는 물을 자아올렸다. 복수초는 아직 눈 속에서 잠들고 강남 간 제비가 봄을 잊고 있어도 밤의 길이는 한 뼘 짧아지고 수은주는 발뒷꿈치를 들고 일어선다. 바다는 눈치 빠르게 길을 열고 숭어는 민물을 찾아 길을 떠났다. 내린천 얼음이 풀리는 날에는 천지에 새 계절이 오리라. 목련은 아직 깊은 잠을 자느냐? 매화 향기는 어디에서 맴도느냐? 나는 마당으로 달려나가 모퉁이 흙을 호미로 뒤집으리라. 2023.2.5

나의 창작시 2023.02.05

입술의 열매(잠18:4-8,20-21)

입술의 열매(잠18:4-8,20-21) 『introduction』 미국, 미시간주, 잭슨에 있는 성요셉 고아원에 타미와 그의 형 지미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중학생 나이가 되자 각각 양부모를 따라 헤어졌습니다. 타미는 양부모 밑에서 중학생이 되었는데 문제아동으로서 여러 번 사고를 일으켜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교문을 나설 때 타미의 머리에 고아원에서 자기를 지도해 준 베라다 수녀의 말씀이 울렸습니다. 베라다 수녀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하나님은 너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신다. 큰 별을 따도록 노력하라.”고 교훈했던 것입니다. 타미는 새로운 용기로 갖고 피자가게에 취직했습니다. 열심히 배워 피자 한 개를 11초에 반죽하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그가 바로 미국의 피자 체인점 중 두 번째로 큰 도미노..

2023년 설교 2023.02.03

아내(畵)

아내(畵) 클래식 레이디 액자 안에 사뿐사뿐 걸어 나올듯한 여인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처럼 빛난다. 자수정 빛 블라우스에 수공예 벨트로 느슨하게 두른 가는 허리 안아주고 싶은 가녀린 어깨 봄 향기 물씬 풍기는 미소에 반한다. 흑색 유멜라닌 흡족한 머리카락은 물결치듯 어깨 위로 흔들리고 양 겹 초승달 눈썹이 이슬 맺힌 눈동자 위를 감싼다. 흠도 티도 없는 백옥 빛 얼굴 위로 명주실처럼 윤기 자르르 흐르고 미소 머금은 앵두 닮은 입술에 사랑이 철철 흘러넘친다. 그대는 갓 피어난 호접란 꽃잎에 앉은 한 마리 코발트불르의 물포나비 둥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극락조 한 마리라오. 2023.2.3

나의 창작시 2023.02.03

슬픈 눈(雪)

슬픈 눈(雪) 일렬로 서서 도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에 함박눈이 벌떼처럼 덤벼들고 두꺼운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멀리 사라진다. 노량진역 앞길에 늘어선 플라터나스가 오돌오돌 떨던 그해 겨울에는 함박눈이 내가 탄 시내버스를 따라왔고 봉천동 달동네 재래식 화장실에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던 그해 밤에는 싸락눈이 나의 발등을 시리게 했다. 나는 지금 보도블럭에 내린 눈을 밟으며 아름답지 않았던 옛 추억을 떠올린다. 문풍지 파르르떨던 겨울 밤에 홋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떨던 어린시절이 차라리 아름답게 다가온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동네에 내리는 눈은 전쟁터에 쏟아지는 연막 연기다. 가루눈이 언덕길을 지우던 밤에 연탄가스에 죽은 옆집 소녀 소식에 흐르는 눈물을 하염없이 닦아야 했다. 어느 해..

나의 창작시 2023.01.28

네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라.(수1:5-6)

네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라.(수1:5-6) 『introduction』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로부터 교회에 다닌다고 심한 핍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시험을 이기기 위해 혼자 있을 때면 열심히 찬송가 342장을 불렀습니다. “너 시험을 당해 죄짓지 말고 너 용기를 다해 곧 물리치라. 너 시험을 이겨 새 힘을 얻고 주 예수를 믿어 늘 승리하라.” 며느리가 자기 방에서 조용하게 부르는 찬송 소리가 시어머니 방에 들릴 때면 시어머니는 치를 떨었습니다. 그 시간 시어머니 친구가 방문했습니다. 시어머니는 화난 얼굴로 며느리 흉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며느리 방에서 또 찬송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325장 찬송가 내용이었습니다. “예수가 함께 계시니 시험이 오나 겁없네.” 시어머니는 자기 친구에게 이를 갈면..

2023년 설교 2023.01.28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눈보라가 휘젓고 도망치는 숲에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나무들이 서로를 껴안은채 말이 없다. 별빛이 차가운 언덕에 쏟아지고 달빛이 간간히 찾아와 말을 건네지만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가지 끝에 매단 암갈색 움을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언 땅을 힘껏 뻗딛고 서 있다. 흰 눈이 정강이까지 차갑게 조여와도 이를 악물고 봄을 기다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시로 겨울한파가 휘몰아치지만 숲의 나무보다 강한 의지로 얼마든지 고난을 이겨내곤한다.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푸른 생명을 모두 앗아간 겨울에도 봄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발을 꼼작거리며 봄을 기다린다. 제아무리 혹독한 동한(冬寒)이라도 봄은 가슴속에서 꿈틀거린다. 2023.1.27

나의 창작시 2023.01.27

눈 꽃

눈꽃 어느 별이 부서진 조각들이 구름에 실려와 쏟아진다. 하늘에서 내려와서인지 지상의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소나무 가지에 꽃을 피우고 은행나무가지에도 하얀 꽃을 피운다. 쓸쓸한 까치둥지와 바람에 넘어진 갈대 숲에도 꽃을 피운다. 오로지 새하얀 꽃을 눈 닿는 곳마다 피워올린다. 지나간 시절 지천으로 피던 꽃이 가을바람에 스러진 후에 몹시 메말라 건조한 땅에 가슴이 먹먹하여 울고 싶더니 일시에 피어나는 포슬눈꽃에 내 마음도 눈송이와 함께 하늘을 난다. 마음이 어두운 모든 이들의 가슴까지 하얀 꽃밭으로 만들고 싶다. 2023.1.26

나의 창작시 2023.01.26

그 마을 이야기

그 마을 이야기 까칠봉이 까맣게 일어섰고 깃대봉은 하늘과 맞닿았다. 점점이 흩어진 우람한 산맥이 푸른 파도처럼 흘러내리고 미인송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는 국경 없는 새들이 모여 노래 불렀다. 꽃비 내리던 봄날 향기에 취하고 여름 장맛비는 그리움만 키우고 가을 단풍잎 곱게 염색할 때면 어린 소년은 숲길을 걸으며 꿈을 주웠다. 흰 눈이 처마까지 쌓일 때면 고립된 마을에는 산 노루가 가족이 되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마을은 사라지지 않는 신기루였다. 제니스 진공관 라디오 한 대에 마을 아낙네 늦은 밤까지 모여앉아 라디오 연속극에 빠져 울고 웃었고 황금심의 노랫가락에 혼이 빠졌다. 종교인보다 더 선한 이웃이 숟가락까지 챙겨주며 모여 살았고 양심법 하나만으로 충분한 그 마을은 나의 이상향이었다. 2023.1.26

나의 창작시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