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느낌 맴돌던 햇살이 담벼락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오후 새빨간 접시꽃 내 마음 흔들어 발걸음 멈추고 넋을 잃는다. 진심을 토해 꽃잎을 빚고 마음을 찢어 향기를 발할 때 심장보다 더 붉은 그리움이 꽃밭에 파도처럼 너울댄다. 뼈를 갈아 만든 바늘귀에 붉은 핏줄 한 아름 길게 꿰어 여름 하늘빛 보자기 위에 한땀 두땀 수놓은 빛깔 두 손 모은 기도보다 거룩한 은둔의 수녀처럼 성결한 한 번도 일술을 허락지 않은 숫처녀의 절개를 본다. 2023,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