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宿命)
- 아득한 곳에서 울려오는 파도 소리
-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부서진다.
- 사라져가는 물거품처럼
- 흔적 없이 사라지는 한순간을
-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맞이하며
- 그저 바람에 휘말려 흐른다.
-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하늘 아래 내 존재는 무엇인가?
- 목적 없이 떠도는 부유물일까?
- 물결에 밀리는 모래 알갱인가?
-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발자국처럼
- 스쳐 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잊히리라.
- 숙명은 미신이 아니고
-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족쇄이며
- 허무의 그림자에 갇힌 눈먼 존재이다.
- 밝은 태양 아래서조차
- 그늘을 찾는 우린 바보이며
- 현실의 한계를 도망치지 못한 채로
- 희망 없는 길을 걸어간다.
- 이 길의 종착에서 기다리는 건
- 한 줌 흙, 아니 재가 아닌가.
- 아직 버리지 못한 희망을 쥐고
- 우리는 허상 속으로 사라진다.
- 마치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 2024,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