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11

벚나무

벚나무 봄볕에 만개한 벚꽃 송이가 살랑대는 봄바람에 춤을 추며 짙은 꽃 향을 발산할 때 나는 가던 발걸음 잠시 멈춘다. 꽃송이처럼 피어나던 젊은 시절의 영롱한 나의 꿈이 물감처럼 진하게 번져나가며 온 세상을 점령할 듯하였는데 한잎 두잎 떨어져 내린 꽃잎처럼 시들시들 뒤안길에 묻히고 잎만 무성한 나무처럼 열매 하나 없는 내 모습을 본다. 꽃과 향기는 일순간에 지나가고 칭송과 자랑은 잠시일 뿐 아무도 눈길 주지 않을 꽃나무는 며칠 영화에 취한 것같아 안타깝다. 2023.4.3

나의 창작시 2023.04.03

봄날의 기억

봄날의 기억 돌나물이 돌담 사이에서 돋는 봄날 어머니가 감자눈을 자르면 아버지는 삼태기에 담아 사래긴 밭에 정성스레 묻었다. 봄 서리 맞으며 올라오는 감자 싹을 굼벵이가 싹둑 잘라 버렸다. 허망한 눈빛의 아버지가 차마 굼벵이를 죽이지 못하고 멀리서 놀고 있는 수탉을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 한 입에 삼켰다. 아직 어렸던 나는 꼬물대는 굼벵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이 오면 산비둘기 먼 산에서 구슬피 울고 몸빼 바지입은 어머니는 뭉툭한 호미로 감자밭을 맸다. 저녁해가 산마루에 걸리 때면 간신히 허리를 편 어머니는 아픈 허리를 두둘기며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도 울 어머니는 불쌍하다. 2023.3.29

나의 창작시 2023.03.29

사탄을 물리치라(욥1:6-12).

사탄을 물리치라(욥1:6-12). 『introduction』 북한에서 목회하시던 아버지가 공산당에 의해 순교를 하였는데 그분의 아들이 남한으로 월남을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남한에 와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어느날 이 사람이 친구들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데 맞은 편에 머리를 풀어헤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그 사람은 귀신들려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다짜고짜로 손가락질하면서“꼴 좋다. 순교자 아들이 술을 처먹고 저게 무슨 꼴이람”, 하면서 비웃었습니다. 그 순간 순교자 아들은 망치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바로 술을 끊고 교회를 다니면서 신학 공부를 하여 한국의 목사님이 되었습니다. 귀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압니다. 예수님이..

2023년 설교 2023.03.29

미래를 보는 사람(행27:21-26)

미래를 보는 사람(행27:21-26) 『introduction』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란 저서를 통해 미래 세계를 조망한지 53주년이 되었습니다. 당시 600만부가 팔린 “미래의 충격”에서 제기된 다양한 예측은 현실로 증명된 것이 많고, 지식의 과부하, 권력 이동, 디지털 혁명, 지식 시대 등 핵심 표현들은 이제는 사전에 실릴 정도가 됐습니다. 향후 수십 년 안에 도래할 인류의 미래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입니다. ① 사람이 유전자를 조작합니다. 인간의 DNA를 편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크리스퍼(crisper)라 불리는 기술이 암과 같은 유전자를 발생 못 하게 하는 기술로 인해 인간의 질병을 근원에서 차단하는 것입니다. ② 노령화된 인구의 문제입니다. ..

2023년 설교 2023.03.25

목련 꽃

목련 꽃 올해도 목련 꽃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드레스 걸친 신부처럼 눈부시게 햇살에 빛난다. 샛노란 산수유 연분홍 살구나무 꽃 일찍피어나는 매화꽃 숲에서 꽃중의 꽃 목련이 활짝 피었다. 새하얀 교복 칼라에 천사처럼 빛나던 소녀의 얼굴이 이른 봄 피어난 목련꽃에서 활짝 웃으며 내게로 다가온다. 해마다 봄이면 가슴설레던 홍안 소년의 그리움이 세월의 긴 강을 건너 왔어도 목련 꽃 앞에서 여전히 흔들린다. 2023.3.23

나의 창작시 2023.03.23

애타는 마음

애타는 마음 생강나무 꽃 노랗게 피고 진달래 꽃 망울 터트릴 때면 밭 이랑 아지랑이처럼 내 마음은 봄볕에 흔들린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냇물 여전히 여울지며 흐르는데 그 시절 함께 걷던 너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구나. 꽃향기 비처럼 쏟아지고 바람한점 없이 고요하던 봄날 우리는 신작로를 걸으며 마음과 마음을 엮었지. 이제는 꿈결같이 아스라하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네가 그리워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 들고 사방을 둘러 보아도 너의 옛 정취는 어디에도 없고 봄바람만 나의 속을 끓인다. 2023.3.18

나의 창작시 2023.03.18

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붉게 피던 그해 봄처럼 올해도 진달래 곱게 필 때 연분홍 치마폭 휘날리며 달려오던 그 때 그 소녀가 떠오른다. 목련 빛 하얀 얼굴과 사슴처럼 긴 목 빼들고 별빛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던 그 소녀는 아직도 내 가슴에 있다. 다소곳한 소녀의 표정과 보조개가 유난히 움푹한 볼에서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올 때면 내 가슴은 달아올랐고 어쩌다 소녀의 집앞을 지날 때면 가던 길을 멈춘 채 서성이다가 혹여 그 소녀와 마주칠 때면 반가운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연년이 봄은 이렇게 오는데 꽃향기 벌 나비 모아들이는데 소녀의 소식은 감감하고 백발노인은 먼 하늘만 바라본다. 2023.3.16

나의 창작시 2023.03.16

꽃의 영혼

꽃의 영혼 얼음 바람이 부는데 올해도 꽃은 작년처럼 핀다. 설연화 눈을 헤치고 피더니 노로귀 하늘거리며 얼굴을 내민다. 납월홍매, 유채, 생강나무, 산수유가 앞다투어 일제히 피어난다. 제각기 색깔과 향을 뿜어대며 찬 바람에도 피어나는 꽃을 보면 우주 어디에 잠자고 있던 고운 림보들이 시간에 맞춰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한겨울 죽음에 눌렸던 세상을 감당하기 힘든 새 생명의 빛으로 폭죽처럼 피어오를 때 겨우내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뛴다. 이제 곧 새 세상이 열리고 이전에 경험했던 장엄함이 펼쳐지면 산에는 노루와 산양이 풀을뜯고 들에는 억조창생들이 초록을 이루며 봄새들 지치지 않는 날갯짓으로 마음껏 노닐며 자유를 누릴 것이다. 꽃의 영혼은 나의 영혼을 일깨우며 향기 진동하는 동산으로 아주 힘있게 끌어당기고 있다...

나의 창작시 2023.03.15

염려하지 말라(마6:25-34)

염려하지 말라(마6:25-34) 『introduction』 염려(念慮)는 ‘앞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걱정하는 일, 또는 그런 걱정, 근심, 고민(苦悶), 괘념(掛念)을 의미하며’, 영어로는 염려를(worry, concern, anxiety, uneasiness), 걱정 불안 등을 의미합니다. 헬라어에서는 염려를(메림나)라고 하는데 걱정, 불안, 두려움의 의미입니다. 여러분 중에 염려나 근심, 걱정이나 불안, 두려움이나 고민이 없는 분이 있습니까? 근심없는 분만 아멘 해보세요. 솔직히 말해서 염려와 근심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모두 근심이 염려가 있고, 대 그룹의 총수나 학교 선생님도 염려가 있습니다. 해맑은 어린아이들도 염려가 있습니다. ..

2023년 설교 2023.03.14

희한한 일

희한한 일 오늘은 비가 하늘로 쏟아지고 거꾸로 선 사람이 걸어간다. 낮은 산들이 하늘로 떨어지고 강물은 산위로 흘러간다. 보랏빛 구름은 강물처럼 흐르고 붉은 빛 산수유가 메마른 산기슭에 누워있다. 날개 없는 까치들이 나무위를 걸어다니고 아무도 돌보지 않은 고라니떼가 어린아이들을 따라다닌다. 아직 민들레가 피지 않았지만 꽃향기 동산에 진동하고 진달래 붉게 피던 강 언덕에는 세상에서 듣지 못하던 노래가 흐른다. 기억을 잃어버린 새들은 봄이 온 땅을 잊어버린 채 긴 목을 빼 들고 비틀거리다 어느 강가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여기가 타계(他界)인가 싶어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나는 살아있었고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내 모습에서 유체이탈을 의심한다. 가끔 내 눈에는 희한한 일이 보인다. 2023.3.12.

나의 창작시 202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