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길 위에서
- 나는 그때 장대 끝에 서서
- 내 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황혼의 풍경에 갇혀
- 지친 삶의 종점에서 홀로 서성였다.
- 떠나간 이들의 잔영이 흐릿해지고
- 불안한 밤하늘 별들이 속삭일 때
- 또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내 존재는 방황했다.
- 이 길 위에서 나의 운명을 고민하며
- 꼬리를 물고 일어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 바람은 이명(耳鳴) 소리처럼 밀려오고
- 햇살은 차가운 그림자를 덮었다.
- 희미한 불빛이 어둠 속에서 깜빡일 때
- 나의 출처에 의문이들고
- 나는 어디를 향해 여기까지 왔을까.
- 오랜 세월을 달려왔지만
- 아직도 나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 외로운 영혼은 끝없이 배회하며
- 쓸쓸한 여정은 끝이 없었다.
- 나는 언제 길 끝에 닿을 수 있을까?
- 아직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며 길을 걸어간다.
- 2024,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