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낯선 여로

신사/박인걸 2024. 6. 18. 03:43
  • 낯선 여로
  •  
  • 오래 걸었지만 여전히 낯선 길이다
  • 여기엔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는다.
  • 나무들 침묵하며 지켜보고
  • 바람은 조용히 속삭인다.
  • 무거운 발걸음 내디딜 때마다
  • 내 앞에는 늘 새로운 시간이 열린다.
  •  
  • 산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 저녁노을 슬프게 물들었다.
  • 출처를 알 수 없는 새들의 노래
  • 지나온 길 위의 깊은 정적이
  • 나의 온 몸을 감싼다.
  • 순간 나는 북받치는 감정에 휩싸인다.
  •  
  • 처음 맡는 향기는 뇌를 자극하고
  • 화려하지 않은 들꽃은
  • 전혀 수줍지 않은 모습으로
  • 지나가는 길손을 바라본다.
  • 나는 야생화 숲을 지나가며
  • 꽃들의 진실한 대화를 느낀다.
  •  
  • 구불구불한 길의 끝이 궁금하다.
  • 그 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 그래도 나는 무턱대고 걷는다.
  • 매 순간이 새로운 발견이고
  • 본성(本性)의 밑변에서는
  • 시들었던 감각들이 다시 깨어난다.
  •  
  • 내 여로의 종점에
  • 언젠가는 도착하겠지만
  • 나는 그곳에 이르는 것보다는
  • 여로 자체에 무게를 둔다.
  • 이 길 위에서 나는 매일 매일
  • 자신을 발견하며 자신과 만난다.
  • 202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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