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기도 새해의 기도 마구 뒤섞여 갈피를 못 잡고 실속 없이 헛된 것들을 쫓아 휘청거리며 방향을 잃은 이 땅에 사는 백성들을 보소서 향방부지의 인생들은 다가올 위기를 인식 못한 채 線路를 걷는 취객 같으니 주여! 급히 눈을 돌리소서. 해는 바뀌었어도 양심은 바뀌지 않았으며 새 달력은 벽.. 나의 창작시 2016.01.02
크리스마스 감정 크리스마스 감정 흰 눈이 없는 대지는 차갑고 바람이 스치는 나무 가지는 울고 있다. 그 해 퍼붓던 눈은 추억일 뿐 수은주마저 가슴을 차갑게 한다. 거리를 흔들던 캐럴은 추억 너머로 꼬리를 감추고 길거리에 장식된 트리에는 이에수스의 임마누엘이 없다. 포스트모던에 매몰된 시대는 .. 나의 창작시 2015.12.19
겨울의 길목에서 겨울의 길목에서 가을을 막 지워버린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봄은 아득하기만 해도 그래도 나는 벌써 봄을 기다린다. 그 붉던 단풍잎이 소나기눈처럼 쏟아지던 날도 낙엽을 밟는 낭만보다는 아지랑이 돋는 봄을 떠올렸다. 그 푸르던 숲이 이제는 흑백 영화처럼 변하여 타오르던 내 젊.. 나의 창작시 2015.12.03
도시의 첫 눈 도시의 첫 눈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공원 숲의 붉은 단풍에 심술궂은 첫 눈이 소화분말을 퍼붓고 있다. 어느 꽃 집 앞마당에 異國에서 온 관상수가 처음 맞는 하얀 눈에 재채기를 하며 떨고 있다. 환자복을 입고 약국 문을 나서는 소녀의 약봉지를 든 손이 지금 내리는 눈처럼 희다. 낡.. 나의 창작시 2015.11.28
늦가을 늦가을 찬 서리 내리는 들녘에 풀들이 스러지고 을씨년스런 바람이 그 위를 짓밟는다. 보랏빛 들국화가 목이 꺾인 채 주저앉고 죽은 프라다나스 잎이 가엽게 나뒹군다. 우거진 강기슭의 갈대 몸짓은 외롭고 얼어버린 먼 하늘의 회색 구름이 차갑다. 처마 밑으로 파고드는 발이 시린 참새 .. 나의 창작시 2015.11.21
대나무의 자존심 대나무의 자존심 빳빳하고 꼿꼿하게 한 점 흐트러짐도 없이 남에게 굽히지 않고 품위를 드러내는 일이 쉬우랴 나무들 잎을 틔울 때와 화사한 꽃을 피울 때도 죽순(竹筍) 하나로 버티며 위를 향해 솟아올랐다. 속빈 강정이라며 수근 대며 비웃을 때도 비움이 채움이라는 역설을 주장하며 .. 나의 창작시 2015.11.17
자연의 감사절 자연의 감사절 현란한 색상이 혼을 빼앗는 가을 中葉에 산길을 걷는다. 수만 개 촛불을 입은 듯 단풍나무에 불이타고 천년 이끼를 입은 바위 틈새에 간신이 발을 붙이고 사는 잡초도 샛노란 등불을 밝히고 있다. 아름드리 고로쇠나무 잎들도 마지막 혼 불을 피우고 도토리를 쏟아낸 굴참.. 나의 창작시 2015.11.07
단풍 단풍 핏빛만큼 붉게 불꽃보다 뜨겁게 꽃보다 더 곱게 山野는 전쟁 중이다. 화염방사기가 일제히 불을 뿜어 단 며칠 동안 치열하게 교전한다. 彼我가 없이 자기의 생명을 끊어 붉은 피를 토하며 산허리에 눕는다. 소리 없는 신음이 산야에 진동하고 수액 없는 향기가 가슴을 자극한다. 아! .. 나의 창작시 2015.10.30
낙엽 낙엽 허무의 비늘들이 아스팔트에 떨어진다. 뿌연 안개 속에 길게 드러눕는다. 움켜잡은 손이 맥이 풀리는 날에 곤두박질 할 것을 뒤늦게 잎은 깨닫는다. 짙푸르던 색상은 무지한 오만이었고 무성했던 이파리들은 헛된 욕심이었다. 촉촉한 영혼에 저녁노을이 깃들면 붉은 탄식을 고하며 .. 나의 창작시 2015.10.28
갈대의 아픔 갈대의 아픔 고운 꽃을 피웠지만 아직도 갈대는 흔들린다. 서 있는 자리가 불안하여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편히 잠들 수 없을 때면 떨리는 음성으로 고독의 노래를 부르고 이슬비 내리는 날에는 돌아서서 마음껏 울었다. 태풍이 습격할 때면 까무러치면서 버티었고 .. 나의 창작시 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