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안개

신사/박인걸 2016. 12. 11. 15:18

안개

이맘때면 해마다 안개가 내린다.
연막탄을 터트린 듯 자욱하다.
차들이 안개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방금 지나간 사람이 증발한다.
가로수가 갇혀있고
새들은 가지에 앉아 울고 있다.
마을을 점령한 안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안개 위로 드러난 시멘트 건물들이 공중누각 같다.
등교하는 아이들은 왁자지껄하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영문을 모르고 정류장에 서 있다.
안개가 왜 마을을 뒤덮는지
아무도 물으려하지 않는다.
늘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안개에 익숙하다.
오히려 안개를 반기는 이들도 있다.
무슨 낭만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안개를 저항할 수는 없다.
빗자루로 쓸어 내거나 거대한 선풍기로 쫓지 못한다.
그냥 안개를 들이마시며
안개와 하나가 되는 것이 편하다.
안개가 짙은 날에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내를 쳐서
쓰러진 사내를 태우러 앰뷸런스가 요란하게 나타났다.
안개 때문에 한 가정이 불행해졌다.
태양이 걸어서 열한시쯤에 왔을 때에야
안개는 미친 여자 머리처럼 풀어헤치고 떠난다.
왜 안개가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강가를 찾아가던 안개가 길을 잘 못 들었을지라도
오늘도 흰 연막은 반갑지 않다.
20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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