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
싸락눈이 차갑게 내린다.
코트 깃을 세우고 종종거름으로 걷는다.
아드리아 바다의 수증기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아메리카로 떠밀려가다
코리아 상공에서 싸락눈이 되었을지 모른다.
낯선 땅에 곤두박질 쳐져
물 한 방울로 변신한 후
고향바다를 찾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문득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나는 내 고향도 모른 채 낮선 이방 땅에서
정체성 없는 존재로 사는 것은 아닐까
날은 어두워지고 있다.
싸락눈은 점점 세력이 되고
집으로 가는 차들이 엉금엉금 기고 있다.
길거리의 사람들도
미끄러지면서 걸어가지만
내리는 싸락눈처럼 자기 고향으로 가는 걸까
집 가까이에 왔다.
마당에 쌓인 싸락눈에
디딜방아 간에서 엄마가 가는 채로
떡가루 치던 추억에 젖는다.
어머니는 일찍이 고향 하늘로 가셨고
나는 아직도 어머니를 생각한다.
아까 내린 눈과 지금 내린 눈은
각각 다른 바다에서 날아왔을 테고
다시 먼 강을 달려 고향을 가려면
얼마나 많이 울며 가야할까
옷깃에 묻은 눈을 털며
한없이 가엽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 던져진 나도 가여운 사람이다.
2016.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