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기도 시월의 기도 늦은 시월의 해질 녘 곱게 물든 낙엽들이 하나 둘 지듯 소리 없이 내려앉게 하소서 농염한 색채와 따뜻한 정감이 담긴 곱게 익은 사과처럼 여문 영혼으로 낙과하게 하소서 오기며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나그네이니 이 세상 주인이 될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하소서 바람.. 나의 창작시 2016.10.29
외로움 외로움 군중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고 충만함에도 허전한 마음은 가을을 타서가 아니다 통할 마음이 없어서다 앞서려는 겨룸이 중추신경을 건드려 마음끼리 오롯한 정이 메말라서다. 홀로 된 외로움은 섬보다 고독하고 죽음만큼 무서운 것은 쓸쓸하고 적적함이다. 떠나보내는 아픔보다 .. 나의 창작시 2016.10.28
아침 안개 아침 안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종적을 알 수 없는 존재여 밤새 목적도 없이 배회하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허무던가. 가로막으나 벽이 되지 못하고 길을 지우나 쉽게 길을 터주며 모질지 못해 자신을 허물고 뭉치지 못해 세력에 실패하고 꿰매지 않은 보자기를 펼쳐 세상을 단.. 나의 창작시 2016.10.27
기분묘사 기분묘사 하늘이 맑아도 마음은 잔뜩 흐려 있고 오색단풍이 물들어도 하나도 곱지 않다. 노랫소리에 짜증이 나고 사람들이 웃어도 울화가 치밀고 절친(切親)도 반갑잖다. 누군가 던진 돌이 아픈 상처를 건드려 대상포진 같은 고통이 뼛속까지 자극한다. 거듭 진화된 감정도 모래 탑처럼 .. 나의 창작시 2016.10.24
낙엽 낙엽 기약된 이별의 순간을 잎 새들은 알고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몸을 던진다. 봄꽃을 피울 때와 가을 실과를 여물릴 때 동질감과 연대감으로 자유로운 속박이었다. 이제는 배역이 끝나 비켜주어야 할 순간 초탈한 마음으로 훌훌 웃을 벗는다. 황홍(黃紅)금빛으로 이별의 .. 나의 창작시 2016.10.22
기도 기도(祈禱) 찾아보세요. 부지런히 찾으세요. 그분은 숨어있지 않아요. 아주 가까이에 계시죠. 왜 포기하세요. 당신을 시험하는 거예요. 중도에 그만두는지 넌지시 떠보는 거예요. 오히려 다가와 이름을 부르잖아요. 깊이 숨으려들지 말고 문을 열고 뛰어나가요. 아직도 못 찾았어요? 나는 .. 나의 창작시 2016.10.21
은행나무 은행나무 한 해를 산다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 새순이 봄 서리를 맞을 때 며칠을 괴로워했다. 긴 가뭄에 목이 말라 하염없이 울었다. 그날 밤 쏟아진 빗줄기에 술에 취한 듯 노래를 불렀다. 한 여름 불볕더위에 뼈마디에 불이 타는 듯 했지만 붉은 진액을 쏟아 알알이 열매에 채웠다. 낮.. 나의 창작시 2016.10.21
인생길 인생 길 어디가 끝인지 모르나 상당히 오래 걸었다. 남들이 걸어가니까 나 또한 따라 걷는다. 천천히 시작한 걸음이 점점 가속이 붙더니 앞뒤를 살필 여유도 없이 생각해 보면 참 멀리 왔다. 이제는 너무 피곤해 주저앉아 쉬고 싶어도 앞지르는 이들이 많아 머뭇거릴 수 없다. 저 멀리 노.. 카테고리 없음 2016.10.19
인생은 인생은 어느 시점에 하나의 생명체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 만들어진 실체여 나의 존재 이전에도 세상은 존재했고 자아 소멸 후에도 우주는 존재 하리니 나 하나 있으나 마나 한 무의미한 존재인가 반드시 요구되어 보내진 목숨일까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그 교차점.. 나의 창작시 2016.10.18
분재(盆栽) 분재(盆栽) 거친 가위질에 잘린 가지가 가엾고 뿌리를 자르니 진한 눈물을 흘린다. 가지는 뻗는 꿈을 잎은 큰 열매를 뿌리는 거목을 상상하며 津液(진액)을 쏟았으나 인정 없는 칼날이 희망을 베어내고 가는 철사 줄이 抱負(포부)를 묶었다. 지조가 뒤틀리고 존재감은 사그라졌다. 영혼은 .. 나의 창작시 201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