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도시 울타리 아래서 자란
작은 감나무 한 그루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높은 담을 뛰어넘었다.
흙이라곤 없는
시멘트 냄새만 자욱한
옹색한 한 뼘 땅에서
뻗어가는 생명력이 경이롭다.
어느 날 미화원이
날카로운 톱을 들이대고
인정사정도 없이 벨지라도
하나도 두렵지 않다.
산다는 것은 모험이다.
불행을 생각한다면 살겠는가.
곱게 맺힐 열매만 꿈꾸며
여름 햇빛에 잎을 단련한다.
담을 넘은 가지가 휘도록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지붕을 딛고 오른 감나무에
주인은 큰 기대를 건다.
2017.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