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운 날 저녁

신사/박인걸 2025. 2.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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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운 날 저녁
  •  
  • 문풍지 틈새를 테이프로 막고
  • 보일러 온도를 적정에 맞춘 후
  • 거실 창가에 홀로 서서
  •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 헐벗은 버즘나무 가지가
  • 지나가는 차량의 난류에 휘청일 때면
  • 그 흔들림이 내 속까지 스며들어
  • 삶의 애환을 할퀴고 지나간다.
  • 영하의 바람이 머릿결을 잡아당기던 그해 겨울
  • 단칸방 월세살이 연탄난로 하나에 의지해
  • 세 식구는 수제비 국물로 허기를 달랬다.
  • 연탄불 걱정에 밤새 뒤척이던 아내의 그림자가
  • 새벽 어스름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 손에 쥔 건 낡은 가방 하나
  • 가슴엔 막연한 기대와 불안뿐이었고,
  • 사다리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
  • 두 주먹을 쥐었지만, 매일 무너져 내렸다.
  • 가슴에 품었던 꿈은 부서져 사라지고
  • 긍지와 포부마저 바람에 날려버렸다.
  • 내 슬픈 영혼은 싸늘한 바닥에 누워
  • 고향산천을 떠올리며 소리 없이 울었다.
  • 오늘처럼 추운 날이면
  • 가슴 깊이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 한강 바람이 살을 깎던 노량진 언덕에
  • 내 아픈 기억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 20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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