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운명(運命)

신사/박인걸 2025. 2. 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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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運命)
  •  
  • 삼림의 나무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
  • 모양은 달라도 흙에서 태어나
  • 서로가 뒤엉켜 뿌리 깊이 맞닿았다.
  • 일제히 일어섰지만
  • 스스로 떠날 수 없는 가혹함에
  • 스러지는 그 날까지 한곳에 묶여 산다.
  •  
  • 나무라는 이름은 같지만
  • 결코, 같은 길을 가지지 않는다.
  • 옥토에 자리 잡은 행운목과
  • 박토에 뿌리내린 불행 목의 운명
  • 모진 비바람에 졸아드는 산등성의 잡목
  • 삼림도 똑같은 인간 세상이다.
  •  
  • 어떤 나무는 기울어지고
  • 또 다른 나무는 속이 썪었다.
  • 그러나 그들 모두는
  •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 뇌성벽력과 북풍한설에도
  • 각각의 고통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 바람에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  
  • 사람도 삼림의 나무들처럼
  • 내일의 행불행이 비밀에 싸여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 내일 운명은 하늘에 맡기고
  • 그 자리에 서서 흔들리며
  • 운명을 따라 살아갈 뿐이다.
  • 20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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