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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運命)
- 삼림의 나무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
- 모양은 달라도 흙에서 태어나
- 서로가 뒤엉켜 뿌리 깊이 맞닿았다.
- 일제히 일어섰지만
- 스스로 떠날 수 없는 가혹함에
- 스러지는 그 날까지 한곳에 묶여 산다.
- 나무라는 이름은 같지만
- 결코, 같은 길을 가지지 않는다.
- 옥토에 자리 잡은 행운목과
- 박토에 뿌리내린 불행 목의 운명
- 모진 비바람에 졸아드는 산등성의 잡목
- 삼림도 똑같은 인간 세상이다.
- 어떤 나무는 기울어지고
- 또 다른 나무는 속이 썪었다.
- 그러나 그들 모두는
-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 뇌성벽력과 북풍한설에도
- 각각의 고통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 바람에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 사람도 삼림의 나무들처럼
- 내일의 행불행이 비밀에 싸여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 내일 운명은 하늘에 맡기고
- 그 자리에 서서 흔들리며
- 운명을 따라 살아갈 뿐이다.
- 20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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