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밤의 기억
-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밤
- 죽은 갈대는 쓸쓸히 울고
- 아무런 불빛 없는 냇가에는
- 나긋나긋한 물소리만 여울졌다.
- 나 홀로 깊은 사색에 잠겨
- 쏟아지는 달빛을 등지고 걸을 때
- 핏발 돋은 진달래꽃이
- 모닥불처럼 봄밤을 밝혔다.
- 가슴에 담아둔 소녀에 대한
-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
- 촘촘히 박힌 밤 별을 낚으며
- 목적 없이 길 따라 걸었다.
- 인적 드문 산촌에는
- 적막이 온통 벌판을 덮었지만
- 듬성듬성 피어난 이팝나무꽃이
- 가로등처럼 신작로를 비췄다.
- 홀로 걸었던 그해 봄밤은
-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으로
- 배꽃 향기 코 끝에 진동해도
-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 20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