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의 기억
- 돌나물이 돌담 사이에서 돋는 봄날
- 어머니가 감자눈을 자르면
- 아버지는 삼태기에 담아
- 사래긴 밭에 정성스레 묻었다.
- 봄 서리 맞으며 올라오는 감자 싹을
- 굼벵이가 싹둑 잘라 버렸다.
- 허망한 눈빛의 아버지가
- 차마 굼벵이를 죽이지 못하고
- 멀리서 놀고 있는 수탉을 부르면
- 쏜살같이 달려 한 입에 삼켰다.
- 아직 어렸던 나는
- 꼬물대는 굼벵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 초여름이 오면
- 산비둘기 먼 산에서 구슬피 울고
- 몸빼 바지입은 어머니는
- 뭉툭한 호미로 감자밭을 맸다.
- 저녁해가 산마루에 걸리 때면
- 간신히 허리를 편 어머니는
- 아픈 허리를 두둘기며 부엌으로 향했다.
- 지금 생각해도 울 어머니는 불쌍하다.
- 2023.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