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밤의 기억

신사/박인걸 2023. 4. 7. 17:22
  • 봄밤의 기억
  •  
  •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밤
  • 죽은 갈대는 쓸쓸히 울고
  • 아무런 불빛 없는 냇가에는
  • 나긋나긋한 물소리만 여울졌다.
  • 나 홀로 깊은 사색에 잠겨
  • 쏟아지는 달빛을 등지고 걸을 때
  • 핏발 돋은 진달래꽃이
  • 모닥불처럼 봄밤을 밝혔다.
  • 가슴에 담아둔 소녀에 대한
  •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
  • 촘촘히 박힌 밤 별을 낚으며
  • 목적 없이 길 따라 걸었다.
  • 인적 드문 산촌에는
  • 적막이 온통 벌판을 덮었지만
  • 듬성듬성 피어난 이팝나무꽃이
  • 가로등처럼 신작로를 비췄다.
  • 홀로 걸었던 그해 봄밤은
  •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으로
  • 배꽃 향기 코 끝에 진동해도
  •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 20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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