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노목고엽(老木枯葉)

신사/박인걸 2021. 11. 27. 12:16

노목고엽(老木枯葉)

 

세상의 모든 쓸쓸한 것들이

일제히 쏟아져 찬 바닥에 수북이 쌓였다.

따뜻했던 것들이 식어지면

황량하고 적적하고 스산하다.

붙잡고 살던 것들을 놓쳐버린

한 가닥 희망마저 끊어진 줄처럼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버린 모습으로

너의 앞에 서는 마음은 고통이다.

나름, 나무 끝에 앉은 새처럼

세상을 평정한 듯 우쭐대며

너를 딛고 내가 펄럭였음을 망각한 채

어느 날 추락할 줄 모르고 살아왔다.

내가 웃을 때 너는 울었고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너는 짙은 그림자 드리운 뒷 골목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줄 곳 걸었다.

푸르고 푸르렀던 젊은 날의 기상도

그날이 오면 일제히 허물어지고

아무렇게 뒹구는 처량함을 잊었었다.

나 비록 초라한 모습이지만

이제라도 따스한 네 곁에 눕고싶다.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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