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의 기도

신사/박인걸 2021. 11. 26. 09:55

가을의 기도

 

시간속을 걸어 참 멀리왔습니다.

내 인생의 알파가 있었듯이 오메가도 분명히 있습니다.

내 걸음이 어디쯤 왔는지는 나는 모르지만

그날이 가까웠다고 생각하면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됩니다.

사대육신이 자주 아픈건 그날의 징후들이며

나는 어느 느릅나무 아래 누울 것입니다.

이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새들의 노래를 마음껏 들었고

하루해를 짧게 살았습니다.

선악과와 생명 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오늘처럼 낙엽이 뒹굴고 바람이 길을 잃은 날이면

원인 모를 두려움이 정수리에서 맴돌고

내 가슴 한 공간에는 등불이 꺼지는 느낌입니다.

아직은 내가 버리지 못한 욕망과

제욕설에 집착한 나머지 낙타도 통과한다는

바늘귀를 극복하지못할까 더욱 두렵습니다.

잔추(殘秋)와 초동(初冬)의 경계선에 걸린 태양이

하늘문을 활짝열고 내게로 쏟아집니다.

당신의 성음(聖音)이 요단강 언저리에 퍼지듯이

강력한 에파파니로 임하기를 기대합니다.

내게 할당 된 카이로스가 한 뼘이라 해도

나는 아무 불평없이 신입회원 자리에 앉아

지금껏 살아온 습성대로 고분고분하겠습니다.

가을이 모두 떠나기 전에 현시(顯示)하소서.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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