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동목(冬木)

신사/박인걸 2021. 11. 29. 04:40

동목(冬木)

 

나무가 겨울에는 죽은 줄 알았다.

상고대가 옥죄어도 몸부림이 없고

메마른 바람이 할퀴어도

숨이 멈춘 나무는 울지 않는다.

모든 희망은 새들이 먹어버렸고

지난날들의 행복은 가랑잎에 묻혔다.

발가벗긴채로 마른 북어처럼

가파른 비탈에서 풍장(風葬)이 된다.

하지만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일제히 수도(修道) 중인 걸 알았다.

동한(冬寒)에 알몸을 드러내고

심신을 단련하여 환골탈태에 일념 한다.

극한(劇寒)의 경지에서 생존할 때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허공에 내걸린 가지 끝에는

숨겨놓은 눈마다 촉을 곤두세우고

결전을 앞둔 병사들처럼

날카로운 칼을 갈고 있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혹한의 계절이 있었기에

혹독한 단련에 내공이 쌓여

웬만한 시련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 안에도 동목(冬木) 한 그루서 있다.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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