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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가을
하늘은 위로 뒷걸음질 치고
찬 이슬 풀잎에 시리다.
귀뚜라미 노랫소리 애연(哀然)하고
달빛 늦 메밀꽃에 차갑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가을 발자국소릴 내 살갗이 듣는다.
케플러 법칙의 공전 속도보다
비염 알레르기가 더 빨리 안다.
저녁 산 그림자 무겁고
지는 배롱나무 꽃 처연(悽然)하다.
뚝 끊긴 풀벌레 소리 적막하니
또 한 번 느끼는 그 분위기다.
봄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 오는데
가을은 이렇게 무거울까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쓸쓸함에
가슴 한 쪽이 크게 무너진다.
202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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