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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풍경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
나뭇잎 위로 노을 조각이 별처럼 쏟아지고
아직 땅거미가 내려앉기 직전
병풍같이 둘러선 산과 산 사이에는
장엄한 고요가 교향곡처럼 흘렀다.
붉은 수수가 알알이 여물어가고
여문 강낭콩 넝쿨은 장대를 타고 오르고
고개 숙인 벼이삭이 누레진 들판에는
적년신고한 보람이 자욱했다.
내가 몽정소년이 될 즈음에는
영혼이 햇순처럼 순해서
어린 눈 속에 비친 그곳 들판에는
밀레 만종의 종소리가 출렁거렸다.
억수장마를 이겨낸 풀잎들과
작렬하던 태양빛의 시련을
보랏빛 눈물을 쏟으면 피어난 나팔꽃들의
소리 없는 함성이 울려퍼지던
그곳 이맘때가 사무치도록 그립다.
20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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