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초가을

신사/박인걸 2021. 9. 5. 20:58

초가을

 

가을이 왔다고 하나

여름이 아직 나뭇잎 위에 앉아있다.

쏟아지는 한 낮 햇살은

파란포도를 새까맣게 태우고

가로공원에 붉게 핀 배롱나무 꽃은

지난달처럼 아직은 웃고 있다.

 

바짓가랑이를 적시던 아침 이슬과

가련하게 피어나는 메꽃을

아스팔트 까맣게 깔린 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잊고 살았지만

하늘높이 고추잠자리 맴돌 때

가을이 밀물처럼 밀려옴을 감지한다.

 

울타리 휘감은 능소화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뚝뚝 떨어지고

이웃집 마당가의 다알리아도

분홍 코스모스 기세에 풀이 죽는다.

조석으로 찬 기운 옷깃을 여미게 하니

맑은 이슬 점점 무거워지면

머잖아 나뭇잎들 붉은 한숨을 토하겠구나.

20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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