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싸리 꽃 필 무렵

신사/박인걸 2021. 9. 16. 13:44

싸리 꽃 필 무렵

 

홍보랏빛 싸리 꽃이

억새풀 언덕에 곱게 피던 날

서글픈 가을빛은 굽은 산자락에 서리고

풀벌레 애련한 울음이

어느 여인의 흐느낌처럼 들린다.

뒤돌아보면 이런 분위기는

해마다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주름 깊은 나그네 눈에는

슬픈 노래의 끝부분처럼 와 닿는다.

빈 풀 섶에 풀썩 주저앉아

흘려보낸 그리움들을 거둬들여

기억의 좌판에 진열하면

버릴 것 하나 없는 꽃잎으로 반짝인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과

때론 헤어졌던 아픔들까지

나를 나 되게 한 은혜이었고

싸리 꽃만큼이나 고운 이야기들이었다.

가을로 치닫는 산기슭의 정취는

삶의 이야기들을 무르익게 하고

싸리 꽃마저 모두 지고 나면

어떤 눈빛으로 세상을 보게 되려나.

202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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