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이맘 때

신사/박인걸 2018. 12. 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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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맘 때

 

전깃불 없는 시골의 겨울밤은

태초의 흑암과 깊음의 시간에 머물고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부친(父親)은 얘기책을 읽으며 밤을 쫓고

 

찬바람이 창호지 문을 두들겨도

허접스런 옷을 걸친 어머니는

식구들의 구멍 난 양말짝에

밤새 낡은 천 조각을 갖다 붙였다.

 

칠흑으로 덮인 산촌마을에

적막(寂寞)을 깨는 다듬이 소리는

일정한 선율(旋律)의 시간을 구성하여

지루하고 긴 밤에 낭만을 안겨주었다.

 

별들은 허공에 얼어붙어

아침이 오기를 고대(苦待)하지만

이따금씩 개짓는 소리가

한 곡조 피리소리처럼 정겹기만 했고

 

불빛이 찬란(燦爛)한 시대에는

그 시절 관습과 양식이 사라졌지만

마음 깊이 저장(貯藏)된 데이터를

겨울 이맘때면 나는 불러오기를 한다.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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