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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섣달 동지(冬至)무렵은
칠흑(漆黑)빛 어둠이 장막을 치고
견디기 힘든 극한(極寒)이
머릿결에 상고대를 세운다.
만유(萬有)가 깊이 잠든
가로등 가물거리는 포장도로에
불쌍한 정강이의 새 한 마리
느린 걸음을 걷는다.
굶주린 배를 견디다 못해
미명(微明)에 위험한 거리에
서러움을 목구멍으로 삼키느라
고운 음성도 말라붙었다.
흘리고 간 빵조각이라도
허기진 배를 채워보려 하건만
차가운 바람이 쓸어간 거리에는
한 톨의 은총(恩寵)도 인색하다.
삶은 매상(每常)곤란하지만
겨울을 걷는 새는 더욱 고달프다.
상비(上飛)할 의지마저 잃은 새들은
낮이면 탑골공원(公園)에 모여든다.
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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