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신사/박인걸 2018. 12. 13. 07:20
반응형


 

섣달 동지(冬至)무렵은

칠흑(漆黑)빛 어둠이 장막을 치고

견디기 힘든 극한(極寒)

머릿결에 상고대를 세운다.

 

만유(萬有)가 깊이 잠든

가로등 가물거리는 포장도로에

불쌍한 정강이의 새 한 마리

느린 걸음을 걷는다.

 

굶주린 배를 견디다 못해

미명(微明)에 위험한 거리에

서러움을 목구멍으로 삼키느라

고운 음성도 말라붙었다.

 

흘리고 간 빵조각이라도

허기진 배를 채워보려 하건만

차가운 바람이 쓸어간 거리에는

한 톨의 은총(恩寵)도 인색하다.

 

삶은 매상(每常)곤란하지만

겨울을 걷는 새는 더욱 고달프다.

상비(上飛)할 의지마저 잃은 새들은

낮이면 탑골공원(公園)에 모여든다.

2018.12.13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祈禱)  (0) 2018.12.16
나그네  (0) 2018.12.14
겨울 이맘 때  (0) 2018.12.12
12월 논거(論據)  (0) 2018.12.10
첫 추위  (0)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