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첫 추위
살을 베는 듯 한 바람이
그 해 한강교를 건너던 사내의 양 볼을
쉼 없이 후려치던 새벽바람은
내 생애에 가장 혹독한 시련이었다.
소총을 들고 전선을 누비는
어느 병사의 비장함처럼
생존(生存)을 위한 현실의 벽을
넘는 일은 악몽(惡夢)이었다.
악착같이 헤쳐 나가야 할 숲은
길 없는 원시림(原始林)같아
초라하게 피다 지는 한 송이 들꽃이
그지없이 부럽기만 했다.
한 해 겨울 새벽을 고스란히
등잔불처럼 흔들리며 걷던 기억이
첫 추위가 옷솔기로 파고들 때면
심장 주위가 갑자기 아파온다.
2018.1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