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첫 추위

신사/박인걸 2018. 12. 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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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추위

 

살을 베는 듯 한 바람이

그 해 한강교를 건너던 사내의 양 볼을

쉼 없이 후려치던 새벽바람은

내 생애에 가장 혹독한 시련이었다.

 

소총을 들고 전선을 누비는

어느 병사의 비장함처럼

생존(生存)을 위한 현실의 벽을

넘는 일은 악몽(惡夢)이었다.

 

악착같이 헤쳐 나가야 할 숲은

길 없는 원시림(原始林)같아

초라하게 피다 지는 한 송이 들꽃이

그지없이 부럽기만 했다.

 

한 해 겨울 새벽을 고스란히

등잔불처럼 흔들리며 걷던 기억이

첫 추위가 옷솔기로 파고들 때면

심장 주위가 갑자기 아파온다.

201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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