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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菊花)
검은 화분(花盆)에 갇혀
속박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조상의 고고(孤高)한 염색체는
골수 공간에 가득 찾었네라.
공활(空豁)한 가을 하늘아래
청순한 기풍을 진작(振作)하며
학(鶴)의 깃털보다 더 하얀
화엽(花葉)이 작품을 이뤘네라.
나무들 황갈(黃褐)빛 되고
들풀은 메마른 검불 되어 갈 때
독야(獨夜)청청한 잎으로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였네라.
피카소와 폴 세잔도
대기만성(大器晩成)이었다지요.
입신출세는 더디다더니
국화(菊花)옆에서 깨닫네라.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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