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두견새

신사/박인걸 2018. 6. 2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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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산마루에서

두견새 슬피 울던 날

남편 잃은 아낙네는

비탈길을 돌아 울면서 떠났다.

 

맨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어린 나는 생전 처음 슬프게 울었다.

전사한 형보다 친정으로 돌아가는

형수가 더 불쌍했다.

 

형수가 가꾼 화단에

분홍빛 배추국화 곱게 필 때에

새끼줄 울타리를 붙잡고

또 한 번 많이 울었다.

 

여름 장마 비가

함석지붕을 세차게 때리던 날

나를 업어주던 형수 생각에

빗물만큼 눈물을 쏟았다.

 

여름을 보낸 두견새가

본국으로 돌아가던 구월에

노랗게 곪은 보름달을 쳐다보며

그리운 생각에 두견새처럼 또 울었다.

201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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