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감사절
현란한 색상이 혼을 빼앗는
가을 中葉에 산길을 걷는다.
수만 개 촛불을 입은 듯
단풍나무에 불이타고
천년 이끼를 입은 바위 틈새에
간신이 발을 붙이고 사는 잡초도
샛노란 등불을 밝히고 있다.
아름드리 고로쇠나무 잎들도
마지막 혼 불을 피우고
도토리를 쏟아낸 굴참나무도
최후의 열정을 잎으로 토한다.
산은 지금 조물주께 고마워하며
나무들 마다 횃불을 손에 들고
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각기 살아온 색깔대로
알알이 맺힌 열매를 내 놓으며
누구 하나 창고에 들이거나
발밑에 묻어 두지 않고
내 것과 네 것을 구분 짓지 않으며
누가 가져가도 상관하지 않는
유무상통을 하고 있다.
몇 몇 새들도 열매를 물고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날고 있다.
산은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모두를 위하여 살고 있다.
나는 오늘 에덴동산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