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대나무의 자존심

신사/박인걸 2015. 11. 17. 12:22

대나무의 자존심

빳빳하고 꼿꼿하게
한 점 흐트러짐도 없이
남에게 굽히지 않고
품위를 드러내는 일이 쉬우랴 
나무들 잎을 틔울 때와
화사한 꽃을 피울 때도
죽순(竹筍) 하나로 버티며
위를 향해 솟아올랐다.
속빈 강정이라며
수근 대며 비웃을 때도
비움이 채움이라는
역설을 주장하며 살았다.
여름 태풍에 휘둘리고
겨울 폭설에 구부러져도
유연하게 적응하며
나무들처럼 꺾이지 않았다.
늦가을에 뭇 나무들
와르르 잎을 쏟을 때도
대나무는 오직 초록빛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마디마다 신조(信條)를 담아
벽돌처럼 쌓아 올리며
위를 향해 도전하는 의지가
청년보다 더 푸르다.
황갈색으로 변하는 숲에서
오직 변치 않는 절개(節槪)가
취한이합의 속성에서
그 품위가 더욱 돋보인다.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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